
여의도의 한 일식집. 소주잔을 내려놓던 연매출 80억 제조업 대표님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더군요.
“박 팀장, 우리 회사는 빚도 없고 통장에 잉여금만 40억 넘게 쌓여 있어. 이 정도면 아주 탄탄하지 않나?”
대리기사를 기다리며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저는 그분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되물었습니다.
“대표님, 그 40억이 정말 대표님 돈입니까? 아니면 국세청이 잠시 맡겨둔 돈입니까?”
엘리베이터가 지하 3층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진 숨 막히는 침묵. 그 짧은 침묵 속에서 대표님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갔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회사를 일군 대표님들이 가장 흔하게 빠지는 치명적인 착각이 있습니다.
‘회삿돈 함부로 빼 쓰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두면 애국하는 거고 안전한 거겠지.’
‘나중에 은퇴할 때 한꺼번에 정리하면 세무사가 어떻게든 해결해 주겠지.’
단언컨대, 이것은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끄지 않고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장부 위에 얌전히 잠자고 있는 줄 알았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실은 매년 조용히 몸집을 불리는 거대한 괴물입니다. 잉여금이 쌓일수록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비정상적으로 폭등합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훗날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주려 할 때, 혹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유고 상황이 닥쳤을 때, 최고 50%에 달하는 살인적인 상속·증여세라는 철퇴를 맞게 됩니다. 평생 피땀 흘려 키운 회사를 정작 자식은 세금 낼 현금이 없어 국세청에 통째로 넘겨줘야 하는 비극,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폭우가 쏟아지는데 수문을 굳게 닫아둔 댐’**과 같습니다.
수면이 차오를 때는 웅장하고 든든해 보입니다. 하지만 수압을 이기지 못한 제방 안쪽에는 이미 미세한 균열이 번져가고 있습니다. 한 번 터지면 회사는 물론 대표님의 가문 전체를 집어삼킵니다.
해결책은 댐이 무너지기 전에, 안전하게 ‘계획된 방류’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무작정 배당을 늘려 최고세율의 종합소득세를 두들겨 맞으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정관을 정비하여 퇴직금 규정을 손보고, 차등배당과 이익소각, 자사주 매입, 직무발명보상제도 등 합법적인 수문들을 단계적으로 열어야 합니다. 물길을 분산시켜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회사의 자산을 ‘대표님 개인의 안전한 금고’로 합법적으로 이전시켜 놓아야 합니다.
이것은 편법이 아니라, 기업을 지키는 가장 고도화된 경영 기술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사업에만 몰두하고 계실 대표님께 뼈아픈 3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1. 지금 우리 회사 주식 1주의 가치가 얼마인지, 단 한 번이라도 계산해 보셨습니까?
2. 내일 당장 대표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가족들이 상속세를 낼 ‘현금’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3. 매년 결산 때마다 “잉여금 줄여야 하는데…” 한숨만 쉬고, 돌아선 뒤 또다시 1년을 미루고 계시진 않습니까?
더 늦기 전에 균열을 점검하십시오. 수문은 물이 넘치기 전에 열어야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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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의 기업은 지금 안전합니까? 아니면 안전해 보이고 싶은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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