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님, 우리 통장에 30억 그대로 묶여 있습니다. 배당 안 하고 회사에 쟁여두는 게 제일 안전한 거 아닙니까? 나중에 회사 키워서 한꺼번에 정리하죠 뭐.”
강남의 한 일식집 지하 주차장. 미팅을 마치고 시동을 건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묵직한 배기음 사이로, 연매출 80억 제조업을 이끄는 김 대표가 창문을 내리며 자랑스럽게 던진 한마디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안전벨트를 매려던 손을 멈추고 되물었습니다.
“대표님, 그 30억이 회사를 지키는 금고 같으십니까? 아니면 대표님 발목에 채워진 쇳덩이 같으십니까?”
대한민국 중소기업 대표님들이 하는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착각이 있습니다. ‘회삿돈을 쓰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두면 회사가 단단해진다’는 믿음입니다. 단언컨대, 그것은 재무 건전성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대표님 손으로 직접 누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얌전히 쌓여 있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국세청의 관점에서 완벽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바로 ‘비상장주식 가치 폭등’입니다.
대표님은 통장에 30억을 넣어뒀을 뿐이지만, 국세청 전산망 속 대표님의 주식 가치는 5배, 10배로 뻥튀기됩니다.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이 10만 원, 20만 원짜리 금딱지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잉여금은 **’비좁은 방 안에 서서히 차오르는 물’**입니다.
발목까지 찰 때는 시원하고 든든합니다. 하지만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면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방류 밸브를 열지 않은 댐은 결국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립니다.
만약 내일 당장 대표님 신변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녀들은 그 ‘비싼 주식’을 상속받기 위해 수억, 수십억의 상속세를 ‘현금’으로 토해내야 합니다. 통장에 든 30억은 회삿돈이라 손도 못 대는데, 국세청은 자녀들에게 현금을 내놓으라며 집과 공장을 압류합니다. 결국 피땀 흘려 일군 회사를 헐값에 매각하거나 사모펀드에 넘겨야 하는 비극,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중에 한꺼번에 처리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회사를 사지로 몰아넣습니다. 세법은 하루가 다르게 촘촘해지고 있으며, 거액의 잉여금을 단기간에 빼내려 들면 징벌적 세금 폭탄이 기다립니다.
해결책은 명확합니다. 수압이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계획적인 **’배수로’**를 파야 합니다.
자사주 매입, 합법적 이익소각, 차등배당, 직무발명보상제도 등 법 테두리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교한 세무 플랜을 통해 회사의 돈을 대표님의 개인 자산으로 안전하게 치환해야 합니다. 물을 서서히 빼내어 주식 가치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 그것이 진짜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글을 맺으며, 대표님께 뼈아픈 3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1. 지금 당장 대표님 유고 시, 자녀가 낼 수십억의 상속세 현금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2. 10년 넘게 일군 회사의 통장 잔고 중, 온전히 대표님 개인 주머니로 들어올 수 있는 돈은 과연 몇 %입니까?
3. 매년 3월 “세금 처리 잘 끝났습니다”라고 말하는 기장 세무사가, 5년 뒤 닥칠 주식 가치 폭탄까지 책임져 줍니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방치된 숫자는 대표님을 배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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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의 기업은 지금 안전합니까? 아니면 안전해 보이고 싶은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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