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의 한 일식집 앞 지하 주차장. 최고급 세단의 도어가 열리기 직전, 은은한 담배 연기 너머로 대표님이 툭 내뱉은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를 맴돕니다.
“박 대표, 그거 뭐… 회사 통장에서 몇 억 좀 가져다 쓴 거 가지고 그래요? 사업하다 보면 급전도 필요한 거지. 나중에 회사 잘 돌아갈 때 배당으로 털거나, 정 안 되면 폐업할 때 한꺼번에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어두운 조명 아래 비친 대표님의 표정은 너무나 태연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보였습니다. 대표님이 방금 열고 타려는 그 고급 세단의 트렁크에, 초읽기가 시작된 ‘시한폭탄’ 하나가 실려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연매출 수십억, 수백억을 일군 대표님들이 가장 흔하게 빠지는 착각이 있습니다. “내가 피땀 흘려 세운 내 회사인데, 회사 돈이 곧 내 돈 아닌가?”라는 오만, 그리고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함입니다.
단언컨대, 국세청은 대표님의 지난 세월과 땀방울을 동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보는 법인 통장은 오직 차가운 숫자의 궤적일 뿐입니다. 대표님이 증빙 없이 꺼내 쓴 그 돈, 세법의 언어로는 ‘가지급금’이라 부르는 그 숫자는 결코 알아서 사라져 주지 않습니다.
매년 4.6%라는 가혹한 인정이자가 복리로 불어나고, 회사가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의 이자마저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갉아먹습니다. 대표님이 “나중에”를 외치며 덮어둔 5억 원의 가지급금은, 몇 년 뒤 이자와 법인세, 그리고 대표님 개인의 종합소득세라는 3중 복합 폭탄이 되어 회사의 숨통을 틀어쥡니다. 폐업하면 끝이라고요? 천만에요. 법인이 문을 닫는 순간, 그 모든 돈은 대표님의 ‘상여’로 처분되어 최고 49.5%의 소득세 고지서로 자택에 날아듭니다.
가지급금은 마치 거대한 ‘구멍 난 댐’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바늘구멍만 한 틈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니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손가락으로 대충 막아두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댐 뒤에 쌓인 수압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균열을 파고듭니다. 물을 질서정연하게 빼내는 ‘합법적인 배수로’를 미리 파두지 않는다면, 어느 날 아침 댐 전체가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이 균열을 메우는 일은 낡은 반창고 하나 붙인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산업재산권(특허)의 정당한 평가와 활용, 이익소각을 통한 자본 구조의 재배치, 정관 변경을 통한 퇴직소득 설계 등 정교하게 설계된 엔지니어링이 필요합니다. 댐이 터지기 직전에 허둥지둥 쌓는 모래주머니는 거센 세무조사의 물결을 단 1초도 막아내지 못합니다.
지금 대표님의 책상 위 결산서를 펼쳐 보십시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지극히 냉정하게 물어보십시오.
**첫째, 지금 법인 통장에서 빠져나간 가지급금이 매년 얼마의 인정이자를 낳으며 회사의 신용등급을 깎아먹고 있는지, 그 정확한 ‘원리금’을 알고 계십니까?**
**둘째, 세무조사가 당장 다음 주에 들이닥친다면, “회사 일로 썼다”는 말 외에 국세청 조사관을 납득시킬 객관적인 소명 자료가 단 한 장이라도 있습니까?**
**셋째,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가, 고작 몇 억의 증빙 안 된 돈 때문에 훗날 자녀에게 물려줄 때 ‘재앙 같은 상속세 폭탄’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고 계십니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선택은 대표님의 몫입니다. 폭탄의 뇌관을 지금 해체할 것인가, 아니면 터질 때까지 눈을 감고 계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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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의 기업은 지금 안전합니까? 아니면 안전해 보이고 싶은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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