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표, 이번에 공장 기계 들여놓느라 회사 통장에 당장 쓸 현금 2억도 없어요. 그런데 결산서 보니까 미처분이익잉여금이 35억이 찍혀 있더군요. 이거 어차피 서류상 숫자일 뿐인데, 나중에 한꺼번에 털어내면 그만 아닙니까?”
지난주 여의도의 한 일식집, 굳게 닫힌 룸 안에서 연매출 80억 규모의 제조업을 이끄는 대표님이 제게 던진 한마디였습니다. 담배를 물다 말고 헛웃음을 짓는 그분의 눈빛에는 ‘별일 아니겠지’라는 막연한 안도와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대표님들이 가장 흔하게 빠지는 착각이 바로 이것입니다. “통장에 돈도 없는데 무슨 세금?”이라는 안일함. 하지만 냉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세청은 대표님의 통장 잔고 따위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장부상 찍혀 있는 그 ’35억’이라는 숫자를 봅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대표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상의 숫자일지 몰라도, 과세관청의 눈에는 언제든 불을 붙일 수 있는 ‘마른 장작더미’와 같습니다. 회사가 번 돈을 재투자하느라 통장은 비어있을지언정, 장부상 잉여금이 쌓일수록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비정상적으로 치솟습니다. 주당 5,000원짜리 주식이 순식간에 10만 원, 20만 원짜리 금괴로 둔갑하는 것입니다.
이게 왜 시한폭탄일까요?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대표님이 은퇴를 결심하거나, 불의의 사고로 유고가 발생해 가업을 승계해야 하는 그 순간, 댐이 무너지듯 최고 50%의 상속·증여세율이 대표님의 목을 조릅니다. 통장엔 낼 현금이 없는데, 국세청은 비싸진 주식을 기준으로 수억, 수십억의 세금 고지서를 날립니다. 결국 세금을 내기 위해 멀쩡한 회사를 헐값에 매각하거나, 자식에게 빚더미를 물려준 채 무너지는 기업을 저는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해결책은 분명합니다. 한꺼번에 터지기 전에 ‘배수 밸브’를 열어야 합니다. 수압이 한계에 도달한 물탱크를 방치하면 결국 집 전체가 수몰됩니다.
지금 당장 합법적인 출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법인 정관을 정비하여 대표님의 정당한 보수 체계를 재설계하고, 배당 정책을 전략적으로 실행하며, 자사주 매입 및 이익소각, 혹은 대표님이 보유한 특허(IP)의 자본화 등 다각적인 루트를 통해 잉여금을 서서히, 안전하게 밖으로 빼내야 합니다. 통장의 현금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주식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통제하는 정교한 외과 수술이 필요합니다. “나중에”는 없습니다. 그때는 세무조사라는 이름의 단두대가 먼저 도착할 뿐입니다.
오늘 밤, 자리에 눕기 전 대표님 스스로에게 다음 3가지를 물어보십시오.
1. 대표님 회사의 대차대조표상 잉여금 수치를 정확히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세무사에게 전적으로 맡겨둔 채 방치하고 계십니까?
2. 만약 내일 당장 예기치 못한 유고가 발생한다면, 유족들이 주식 상속세를 낼 ‘현금’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3. “나중에 알아서 되겠지”라는 그 생각이, 평생 일군 회사를 국세청에 헌납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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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의 기업은 지금 안전합니까? 아니면 안전해 보이고 싶은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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