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님, 이번 재무제표 보니까 미처분이익잉여금이 50억이나 쌓였더군요. 회사가 아주 탄탄합니다.”
늦은 밤, 여의도의 한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시동을 켠 제네시스 뒷좌석에 오르며 모 제조기업 K 대표가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탄탄하긴요, 컨설턴트님. 통장 잔고 보면 3억도 빠듯합니다. 작년에 공장 부지 사고 기계 설비 넣느라 다 묶였어요. 어차피 장부상에만 찍힌 숫자인데, 은퇴할 때 슬슬 털어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차 문을 닫으려던 제 손을 멈추고, 저는 대표님의 눈을 똑바로 보며 차갑게 되물었습니다.
“대표님, 과세당국이 대표님의 ‘사정’을 봐줄 거라 착각하십니까?”
많은 대표님들이 치명적인 착각 속에 삽니다. ‘통장에 현금이 없으니 세금 낼 일도 없다’, ‘나중에 배당이나 퇴직금으로 한꺼번에 처리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입니다.
단언컨대,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대표님이 회사를 성장시킨 ‘영광의 훈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매년 조용히 수위를 높여가는 **‘구멍 난 댐’**과 같습니다.
국세청의 시선에서 잉여금은 공장에 깔린 기계든, 거래처 미수금이든 상관없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순수한 현금’입니다. 그리고 이 장부상 숫자는 대표님이 애써 키워놓은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비이성적으로 폭등시킵니다.
주당 5천 원짜리 주식이 대표님도 모르는 사이에 10만 원, 20만 원짜리 ‘비눗방울’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만약 내일 당장 대표님의 신변에 작은 문제라도 생기거나,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주려 할 때 최고 세율 50%의 상속·증여세 폭탄이 터집니다. 댐의 수문이 터져 회사가 통째로 수몰되는 꼴입니다.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어 평생 피땀 흘려 일군 회사를 헐값에 매각하거나 국세청에 지분을 넘겨야 하는 비극,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해결책은 명확합니다. 댐이 터지기 전에 **’계획된 방류’**를 시작해야 합니다.
회사의 잉여금을 적법하고 질서 있게 빼내는 배수로를 파야 합니다. 차등배당, 자사주 취득 및 이익소각, 대표이사 퇴직금 규정 정비, 직무발명보상제도 등 세법이 허용하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주식 가치를 낮추고 법인의 자금을 대표님의 안전한 개인 자산으로 환원시켜야 합니다. 매년 세무 조정만 기계적으로 해주는 기장 세무사에게 맡겨둘 영역이 결코 아닙니다.
글을 맺으며, 대표님께 뼈아픈 세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1. **지금 당장 대표님 유고 시, 가족들이 주식을 팔지 않고 상속세를 낼 ‘현금’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2. **매년 결산 때마다 늘어나는 당기순이익을 보며, 주식 가치가 얼마나 폭등했는지 단 한 번이라도 계산해 보셨습니까?**
3. **’나중에 한 번에 털어내면 된다’는 그 막연한 낙관이, 회사를 통째로 삼킬 시한폭탄이라는 사실을 정말 모르고 계십니까?**
선택은 대표님의 몫입니다. 숫자의 감옥에 갇혀 터질 날만 기다릴 것인지, 지금 당장 탈출로를 설계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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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의 기업은 지금 안전합니까? 아니면 안전해 보이고 싶은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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