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쌓인 30억, 축복이 아닌 감옥입니다

Elderly man sitting outdoors in urban area, dressed in colorful jacket, enjoying leisure time.

여의도의 한 일식당 룸. 연매출 70억 원대 정밀부품 제조업을 이끄는 김 대표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결산서를 들이밀었습니다.

“박 대표, 우리 회사 이번에 미처분이익잉여금이 35억을 넘겼어. 남들은 빚내서 사업한다는데, 난 허리띠 졸라매고 꼬박꼬박 회사 통장에 쌓아뒀지. 참 든든하지 않아?”

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김 대표를 똑바로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차갑게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대표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국세청에 회사 지분의 절반을 헌납할 준비를 아주 완벽하게 끝내셨네요.”

그 순간 방 안의 공기는 얼어붙었습니다. 김 대표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치명적인 착각에 빠져 있습니다. “법인에 돈을 묶어두면 세금도 안 나오고 가장 안전하다”, “나중에 회사가 어려울 때 쓰거나 은퇴할 때 한꺼번에 정리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입니다.

단언컨대, 그것은 착각입니다. 법인 통장에 쌓인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대표님의 땀과 눈물이 맞지만, 세법의 눈에는 그저 ‘언제든 거둬들일 수 있는 거대한 먹잇감’일 뿐입니다.

잉여금이 쌓일수록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주당 5,000원짜리 액면가 주식이 10만 원, 20만 원짜리가 되는 것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기분이 좋으십니까? 상장사라면 주식을 팔아 현금화라도 하겠지만, 비상장기업의 주가 상승은 대표님의 목을 옥죄는 보이지 않는 올가미일 뿐입니다.

만약 내일 당장 대표님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풀어 오른 주식 가치 때문에 유족들은 수십억 원의 상속세를 현금으로 토해내야 합니다. 세금을 낼 현금이 없어 결국 알짜배기 회사를 헐값에 매각하거나, 회사가 파산으로 치닫는 비극을 저는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마치 ‘수위 조절에 실패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거대한 댐’과 같습니다.

물이 가득 차서 댐 벽면에 균열이 가고 있는데, “물이 많으니 든든하다”며 만족해하고 계시는 꼴입니다. 댐이 터지기 전에 지금 당장 안전한 ‘배수로’를 뚫어야 합니다.

한 번에 몰아서 빼내려 하면 최고 49.5%의 소득세 폭탄을 맞고 침몰합니다. 배우자 증여공제를 활용한 감자나 이익소각, 대표이사의 퇴직금 중간정산 규정 정비, 직무발명보상제도 등 세법이 허용하는 합법적인 출구 전략을 총동원해 주식 가치를 낮추고 법인의 자금을 안전하게 개인 자산으로 분산 이동시켜야 합니다. 물을 조금씩, 계획적으로 빼내어 댐의 압력을 낮추는 작업이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대표님, 자축은 그만두고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십시오.

1. 대표님이 내일 당장 쓰러지신다면, 가족들이 법인 주식을 물려받기 위해 물어야 할 상속세가 정확히 얼마인지 계산해 보셨습니까?
2. “나중에 한꺼번에 처리하면 되겠지”라며 외면하는 사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세무 리스크를 정말 감당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3. 피땀 흘려 일군 회사의 통장 잔고가 사실은 ‘국세청의 몫’이라는 냉혹한 진실을 언제까지 모른 척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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